[강원일보] “역병 물리치고 평화·안녕 되찾게 하소서”

강릉단오제위원회 | 조회 533 | 작성일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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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 주신 국사성황신을 인간 세계로 모시는 대관령 국사성황제가 지난 6일 대관령국사성황당에서 열려 제관과 무녀들이 국사성황신이 깃든 신목을 모시고 내려오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신관이 신목을 직접 들고 하산하지 않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대관령=권태명기자

“오늘 5월 보름날 국사성황님과 여성황님이 합방하는 날이옵니다. 동서남북 온 문을 열어놓고 신목을 모시고 아흔아홉 구비를 돌아 인간세상으로 내려가옵니다.”

지난 6일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국사성황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의 두 번째 지정문화재행사인 대관령산신제 및 국사성황제, 봉안제가 진행됐다. 대관령국사성황신을 인간세계로 모시는 절차다.

코로나19로 일반인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한 채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진 이날 행사는 대관령산신께 국사성황신을 모셔간다고 고하는 의식인 대관령산신제를 올린 뒤 이어 국사성황신께 인간세계로 가시자 고하는 국사성황제가 유교식 제례와 굿으로 펼쳤다. 이 자리에서 빈순애 강릉단오굿 예능보유자는 부정굿으로 주위를 정좌한 뒤 국사성황신께 코로나19로 단오제를 축소해서 치르게 돼 국사성황행차를 부득이 걸어서 가는 것이 아닌 차로 모시게 됐다고 고했다.

이어 국사성황신이 내린 나무인 신목을 찾아 벤 뒤 신목잡이가 오색천을 드리운 채 인간세상으로 모시고 내려왔다.

올해 국사성황행차는 코로나19로 축소해 치러지는 관계로 차로 모시게 됐다. 국사성황사를 떠나 구산성황당과 국사성황신의 고향인 학산성황당에 잠시 들러 성황제를 올린 뒤 그리운 님이 있는 홍제동 여성황사에 도착, 봉안제를 봉행했다.

이로써 1년 만에 국사성황님과 여성황님의 그리운 합방의식이 끝났다. 이제 보름 동안 두 신의 해후가 끝나면 강릉단오제 기간 성대한 이별축제를 벌인 뒤 국사성황신은 다시 신의 나라로 돌아간다. 그러나 올해는 지정문화재와 문화행사는 진행하되 무관중으로 운영하고 대신 유튜브를 통해 전 과정을 중계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이처럼 예년과 다른 인간세계의 상황을 빈순애 예능보유자는 굿사설을 통해 이렇게 고했다. “지난해에는 국사성황님을 단오장에 모셔놓고 5일 동안 굿을 지내며 화려하게 펼쳤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조촐하게 모셨습니다. 섭섭하시겠지만 마음 푸시라 이렇게 치성을 올리니 코로나 역병이나 물러가게 하소서.”

20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