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안방서 즐기는 강릉단오제

강릉단오제위원회 | 조회 368 | 작성일 :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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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미인 중 한 사람인 왕소군은 나라의 평화를 위해 원치 않는 흉노로 시집을 갔다. 땅이 척박하고 메말라 봄인데도 꽃구경을 못 하자 “흉노라는 땅에는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 한탄 했다고 한다.

따사로운 햇볕, 하늘거리는 연둣빛 봄풀, 화사하게 만발한 아름다운 꽃들, 이 땅에 봄은 왔건만 뜻하지 않은 전염병 창궐로 인해 우리도 봄 같지 않은 봄을 보내고 있다.

지역사회와 공동체 안전을 위해 혹독한 시련을 100일이나 넘게 참고 견디었건만 날아든 소식은 올 강릉단오제는 안방에서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관에서 앞장서고 기관, 단체와 자원봉사자가 동참해 모든 시민이 한마음이 돼 어려움을 이겨냈으면 하늘도 감동할 줄 알았는데 신명 나는 축제를 또다시 숨죽이며 즐겨야 한다니 섭섭한 마음 비길 데 없다.

지난 황금연휴에 수많은 사람이 청정 강릉을 찾아 왁자글했지만 아직도 한 명의 지역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 방역당국의 사전 교육과 홍보, 성숙한 시민의식이 빚어낸 결과라 하니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들리는 소문에 서울에선 코로나19를 피해 `신선한 공기', `신선한 먹거리'를 찾아 강릉으로 떠나는 `신선회(新鮮會)'라는 모임이 생겼단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신선한 음식을 먹고 나면 `신선(神仙)'이 된 기분이란다.

사실 강릉 별호 `임영(臨瀛)'도 신선이 산다는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 가운데 `영주'와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 화랑 영랑, 술랑, 안상, 남석행 네 신선은 이곳에서 차를 달여 마시며 심신을 수련했다.

어차피 안방에서 즐기는 온라인 단오제라면 신선한 공기, 신선한 먹거리를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세계무형유산 지구촌 단오축제를 한껏 알리고 자랑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강릉단오제의 정체성은 나약한 인간이 신의 영험을 빌려 인간에게 닥치는 각종 재난의 근심에서 벗어나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데 있다. 이렇게 천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는 부대끼며 북적거려야 제맛이 난다. 그럼에도 특이하게 무질서 속에 질서가 지켜지는 곳이 강릉단오제다.

야외이긴 하나 수십만 인파가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특성상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따르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축제 도중 감염병 확진자가 나왔다거나, 다녀갔다면 그 혼란은 대관령산신도, 국사성황신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1주일간 축제를 위해 365일을 준비해야 하는 게 강릉단오제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터인데도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고 더 나은 내일의 축제를 위해 단오제위원회에서 내린 명석한 판단, 현명한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안방에서 즐기는 신명 나는 단오축제가 이번 기회에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즐기는 으뜸 명품 축제로 거듭나기를 시민 모두는 소망해 본다.